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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폐급 NPC의 첫걸음**
나는 차분히 심호흡을 했다. 혼란스럽고 벅차올랐지만, 일단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테오의 얼굴은 답답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을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었다.
침대를 벗어나 방을 둘러보았다. 고풍스러운 가구와 벽지, 테이블 위에 놓인 서적들과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이 있을 뿐이었다. "이건 분명히 레벨업 하기 위한 퀘스트들의 시작점일텐데…" 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게임 속에서 여러 번 본 풍경이었지만, 현실로 마주하니 오히려 낯설었다.
문득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자 비서인 아마드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나를 보며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테오 님, 깨어나셨군요. 건강이 회복되셔서 다행입니다."
아마드는 나에게 방안의 여러 소식과 함께 리시토엘 가문의 최근 상황을 전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들었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내가 게임에서 겪었던 사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 '현실'이 어떻게 전개될지 어렴풋이 감을 잡고 있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아카데미 입학이었다. 게임의 흐름상 아카데미에 입학하지 않으면 세계는 점점 파멸로 치닫게 될 터였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기에는 두려움이 앞섰다. '루시안'과 엮이기 전에 안전한 플랜이 필요했다.
그때, 바깥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반 리시토엘, 제국 최고의 마법사이며, 테오의 아버지였다. 그는 이 게임 세계에서 강력한 존재였지만, 지금은 아들바보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방에 들어왔다.
"테오! 괜찮니?" 그는 서둘러 나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서야 나는 이곳이 단순한 게임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라는 걸 실감했다.
"네, 아버지. 괜찮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안심시키려 짧게 대답했다. 이어지는 그의 강한 껴안음은 다소 숨막혔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했다.
그와의 대화 덕분에 이 세계에서의 위치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바로 아카데미의 입학식이었다.
입학이란 하나의 문턱을 넘는 것뿐이었다. 다시 한번 이 세계의 운명을 걸고 나아가야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도전적인 설레임과 기대감이 조금씩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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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나와 아카데미 입학 준비에 몰두하던 나는 우연히 창문 너머로 정원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정원 한편에는 검은 머리의 소년, '루시안'이 서 있었다. 그는 내 고귀한 정원을 둘러보며 뭔가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가 등장함으로써 시작된 수많은 퀘스트와 사건들을 떠올렸다.
'그와는 아직 만나지 않는 게 좋겠어.'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리가 함께하리라는 것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의 존재는 게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했으니 말이다.
미래는 불확실했고, 나는 여전히 폐급 NPC일 뿐이었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진 고유 스킬 '작가'로 이 세계를 다시 써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이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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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책상으로 향해 아카데미 입학 서류를 정리하며 결단을 내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재미있게 해봐야겠지.'
세상은 또 한 번 멸망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여기에 있는 한, 그것이 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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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것은 준비를 끝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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